Ⅰ. 서 론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의하면, 국내․외 항공여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전인 2019년 12,337만 명에서 다음 해 2020년 3,940만 명으로 급락하였고, 2021년 3,636만 명, 2022년 5,583만 명이었다가, 2023년 10,051만 명으로 크게 올라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여 81.5% 수준으로 회복되었다(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24).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항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항공교통량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데, 항공산업, 항공레저의 수요 급증으로 공역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다(Kim & Park, 2021). 제한된 공역 안에서 항공교통량의 증가는 항공기 간의 충돌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항공교통의 질서 있는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Kim & Park, 2021). 항공교통관제사는 고도의 예측 능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방해가 되는 인적요소에 대한 분석 및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Kim & Park, 2021). 관제업무 특성상 교대근무와 같은 불규칙한 근무는 불가피하나, 그럼에도 항공교통관제사는 매 순간 주의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Kwon et al., 2018).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는 항공종사자의 피로 누적, 자만심, 스트레스 등이 사고를 유발시키는 주요한 인적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Kim & Park, 2021). 야간근무로 인한 수면장애는 교대근무 수면장애라고 하며, 야간근무를 하는 동안의 과도한 졸림과 잠을 자야 할 시간 동안의 불면을 특징으로 한다(Schwartz & Roth, 2006). 특히 야간에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는 일주기 리듬이 가장 낮은 상태에 있어 업무 중 졸음이 발생하고, 업무수행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Kwon et al., 2018). 또한,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부족은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며, 2011년 3월 23일, Ronald Reagan Washington National Airport에서는 항공교통관제사가 야간근무 중 잠들어 착륙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여객기(AA, UA) 두 대가 연이어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들이 미국에서 다수 발생하였다(Kwon et al., 2018).
교대근무자의 수면부족이나 수면장애는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교대근무자의 수면-각성 양상은 근무형태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생물학적 시계와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시간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시차와도 관련이 있다(Choi et al., 2021). 사회적 시차 발생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신체적 리듬이 맞춰지지 않는 일주기 불균형(circadian misalignment)이 반복되면 개인의 수면의 질이나 건강뿐 아니라, 업무의 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Kang, 2018; Kim, 2021).
따라서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무형태별 수면-각성 양상과 사회적 시차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형태별 수면-각성 양상과 사회적 시차를 확인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형태별 수면-각성 양상과 사회적 시차 및 주간졸림증 정도를 파악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주간졸림증을 예방하여 항공안전 및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중재 전략 개발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고찰
항공교통관제사는 항공교통관제업무로서 항공기의 충돌 방지, 최소 분리, 항공기의 이동경로 계획 그리고 처리 등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제업무를 수행한다. 항공교통량의 가파른 증가에 따라 21세기 항공교통관제업무의 중요한 변화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동안 이륙, 순항 그리고 착륙하는 모든 단계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공역 관리(airspace management), 항공교통업무(air traffic services; ATS), 항공교통흐름(air traffic flow management; ATFM)을 통합하는 항공교통관리(ATM; air traffic management) 업무를 제공한다(Hasse et al., 2009).
항공교통관제사에게는 여러 항공기에 대한 다양한 정량적 정보에 동시 대응하고, 항공기 통제 및 경로 계획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황인식을 변화시켜 형성화하는 역량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Sells et al., 1984). 항공교통관제사는 항공기의 고도, 위치 및 속도 등과 조종사와의 상호 무선통신을 통해 현재의 관제상황을 정확히 판단, 지각, 이해를 할 수 있어야만 관제업무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관제사의 상황인식 능력은 관제업무 수행에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Song, 2014).
한편, 항공교통관제사의 스트레스 평균은 58.69점으로 타 직업군과 비교하였을 때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 사무직군의 37.46점보다 현저히 높았고, 입법자 직군, 고위관리자와 비교하여도 높은 수준이었다(Yoon et al., 2012). 항공 관련 사고와 안전에 매우 밀접하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항공교통관제사는 직무와 관련해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근무시간 경과에 따라 피로와 스트레스 정도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나(Park et al. 2017), 항공교통관제사의 피로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항만이나 항공, 발전소, 철도 등 24시간 운영되지 않으면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불편이 발생하는 공공분야에서 시설 및 생산설비 등을 계속적으로 가동․운영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교대근무제 근무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교대근무제는 ‘근로자를 둘 이상 다수의 조로 나누어 근로시키는 제도’라고 정의(ILO, 1990)하고 있는데, 교대근무는 생체리듬을 교란하여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게 되고, 향후 안전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Costa, 1999). 교대근무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데, 여성에게는 불규칙한 근무 주기로 인해 교대근무 후 월경불순이 지속될 수 있고(Kim et al., 2007), 남성은 교대 근무기간의 증가에 따라 비만 발생위험, 혈압, 콜레스테롤혈증의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Ha et al., 2003). 24시간 운영되는 관제 업무는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생체리듬의 교란이 일어나는 야간에 정신적, 육체적 효율 저하로 인해 업무가 방해된다면 비상 상황 시 위험요소가 된다(Lee, 2004). 또한 야간교대근무는 불면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Shin & Kim, 2020), 교대근무자의 피로는 주간졸음과도 관련이 있다(Kim et al., 2022). 또한,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피로와 졸음이 심하고, 이는 업무상 오류 발생과도 관련이 있어(Mun & Choi, 2022) 안전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인간은 태양이 뜨고 지는 태양시계와 일상생활에서 요구하는 사회 시계를 가지고 있고, 인간은 태양시계와 사회 시계로부터 일정한 조건으로 보호될 때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개인의 생체시계를 갖게 된다(Roenneberg et al., 2003). 생체시계는 환경과 동기화하기 위해 환경 순환 신호(zeitgebers)가 필요하며, 24시간의 명암주기에 영향을 받는다(Roenneberg et al., 2003).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주로 건물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인공조명으로 비추어 생활하는데(Roenneberg et al., 2019), 이러한 생활은 개인의 생체시계와 사회시계 간의 차이를 증가시킨다(Wittmann et al., 2006).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 SJL)란 개인의 수면 일주기 선호도(일주기 유형)와 사회적 업무 시간 간의 비동조(asynchrony), 수면 각성 주기와 일주기 리듬 간의 불일치(misalignment)을 의미한다(Wittmann et al., 2006). Wittmann et al. (2006)은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고유한 일주기 리듬에 따라 수면시간이 달라지는 정도를 수치화하였다. 이는 사회활동을 하는 날의 중간 수면 시각과 휴일의 중간 수면 시각의 차이로 계산되며, 이렇게 수치화된 값은 시간대를 건너 여행하는 것처럼 사회활동을 하는 날과 휴일의 시간대를 넘나든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시차라고 한다.
쉬는 날에 상대적으로 늦게 깨는 습관은 일주기 시점(circadian timing)을 연기시켜 일주기 리듬의 불일치가 사회적 활동을 하는 날까지 지속되게 하는 원인이 된다(Roenneberg et al., 2003). 결과적으로 이런 습관은 휴일이 끝난 다음 날 사회적 활동 시간에 맞추어 일주기 리듬으로 전환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Taylor et al., 2008).
주간졸림증은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주체할 수 없는 졸림을 느끼는 것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졸거나 잠에 빠져들게 되는 증상을 말하며, 기억력 및 학습능력 감소와 삶의 질 저하 등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Pereira et al., 2012). 특히 교대근무자의 주간졸림증은 생체시계 혼란으로 인해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되는데(Kim et al., 2022; Mun & Choi, 2022),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교대근무자의 주간졸림증은 교통사고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고(Asaoka et al., 2010), 근무 중 업무능률을 크게 저하시키며, 업무 상 과실을 유발할 수 있기에(Geiger-Brown et al., 2012; Kim et al., 2022) 항공교통관제사의 주간졸림증은 업무효율 저하와 관련하여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Short et al.(2015)은 체계적 고찰 연구에서 교대근무자의 근무시간이 짧고, 휴식시간이 더 잦으며, 근무시간이 일정한 교대근무의 경우에 졸음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교대근무자의 근무형태에 따라서도 주간졸음증 정도에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였다.
Ⅲ. 연구 결과
본 연구는 교대근무 중인 항공교통관제사를 대상으로,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참여에 동의한 자를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였다. 현재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주간근무 고정 항공교통관제사와 항공교통관제사 업무 경력이 6개월 미만인 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설문지는 연구자가 직접 배부하였고, 자료수집은 2023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에 동의 의사를 밝힌 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이 기술된 설명문과 서면 동의서를 배부하고, 동의서에 서명한 후 설문지 작성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수거된 154부 설문지 중 주간근무 고정 근무자로 연구대상자 선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와 응답이 불충분한 경우를 제외하고, 133부의 설문지를 분석하였다.
표본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성별은 남자 122명(84.2%)이었고, 연령대는 20대가 79명(59.4%)으로 가장 많았다. 학력은 전문학사 이하가 74명(55.6%), 결혼상태는 미혼이 97명(72.9%), 거주 형태는 독거가 72명(54.1%)으로 가장 많았다.
근무부서는 접근관제 63명(47.4%), 국지/지상관제 62명(46.6%), 계류장관제 8명(6.0%)이었다. 근무교대 유형은 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비번 형태가 110명(82.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주간-야간-비번 14명(10.5%), 주간-야간-비번-비번 9명(6.8%)이었다.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각성 양상 및 사회적 시차를 측정하기 위해 Juda et al. (2013)이 개발한 MCTQshift (The Munich ChronoType Questionnaire for shift-workers) 설문지를 Choi et al. (2017)이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어판 교대근무자용 뮌헨 일주기유형 설문지(K-MCTQshift)를 활용하였다. MCTQshift 설문지는 주간근무, 오후근무 및 야간근무에 따른 근무일(workdays, W)과 휴일(free days, F)을 구분하여 수면-각성 양상에 관한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는 대부분 주간-야간-비번이 교대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후근무 수면은 별도로 측정하지 않았다. 또한, 주간근무 이후에는 야간근무로 근무 교대가 이루어지므로, 주간근무 후 휴일 수면은 주간근무 이후 야간근무 전 수면시간으로 측정하였다.
대상자에게 MCTQshift설문지를 통해 근무형태별 근무일과 휴일에 1) 잠자리에 드는 시각(going to bed; BT), 2) 수면 준비 시각(preparing to fall asleep; Sprep), 3) 수면 잠복기(sleep latency; SLat), 4) 수면 종료 시각(sleep end; SE), 5)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time to get up; TGU), 6) 낮잠 유무와 낮잠 시작 시각(nap onset) 및 종료 시각(nap end), 7) 수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지 여부와 그 이유에 대해 작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설문응답을 토대로 수면 시작 시각(sleep onset; SO)과 잠자리에서 나온 시각(getting out of bed; GU), 낮잠 시간(nap duration; NapD), 24시간 동안 총 수면시간(24h sleep duration; SD24), 중간 수면 시각(mid-sleep; MS),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 SJL)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Juda et al., 2023; Choi et al., 2017).
항공교통관제사의 주간졸림증을 측정하기 위해 Johns (1991)가 개발한 Epworth Sleepiness Scale (ESS)를 Cho et al. (2011)이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판 앱워스 졸음 척도(KESS)를 사용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졸릴 수 있는 8가지 상황에 대하여 깜박 졸거나 잠들어버릴 정도를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0점)’ ∼ ‘매우 많이(3점)’의 Likert 4점 척도로 평정되며, 총점은 최저 0점에서 최고 24점까지 분포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주간졸림증 정도가 심함을 의미하며, 총점을 기준으로 10점 미만은 정상, 10점 이상은 주간졸림증이 있음을 의미한다(Johns, 2000). 도구의 신뢰도 Cronbach’s α는 Cho et al. (2011)의 연구에서 환자군 .90, 정상인군 .73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77이었다.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29.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고,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연구변수를 파악하기 위해 기술통계를 사용하였다.
둘째, 근무형태별 근무일과 휴일의 수면-각성 양상의 차이는 Friedman test를 시행하였고, Wilcoxon signed-rank test (with Bonferroni correction)를 사용하여 사후검정하였다. 대상자의 근무형태별 사회적 시차의 차이는 Wilcoxon signed-rank test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셋째,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시차 및 주간졸림증의 independent t-test, one-way ANOVA test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넷째, 근무형태별 수면시간, 사회적 시차, 주간졸림증 간의 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를 사용하였다.
연구대상자의 각 근무형태에 따른 근무일과 휴일의 수면-각성 양상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평균 수면 잠복기는 주간근무일 0.36시간, 주간근무 이후 0.35시간, 야간근무일 0.33시간, 야간근무 이후 휴일 0.29시간 순으로 나타났다(χ2 =29.956, p<.001). 평균 수면시간은 야간근무일이 5.28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주간근무일 6.16시간, 야간근무 이후 휴일 6.22시간, 주간근무일 이후 휴일 6.66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Choi et al. (2017)의 연구에서 한국 교대근무 간호사의 야간근무일 5.69시간보다 비교적 짧았으나, 주간근무일 5.20시간보다는 길게 나타났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나타된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형태별 근무일 및 휴일의 수면시간은 모두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인 7∼9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의 적정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근무일과 휴일 간 평균 사회적 시차는 주간근무 시 2.73시간, 야간근무 시 2.71시간으로 근무형태별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Choi et al. (2021)의 연구에서 교대근무 간호사의 평균 사회적 시차가 주간근무 2.90∼3.77시간, 야간근무 5.15∼7.37시간으로 보고된 결과와 비교할 때, 본 연구에서 나타난 항공교통관제사의 주간근무 시의 사회적 시차는 교대근무 간호사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야간근무의 사회적 시차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4시간 내내 업무가 지속되는 의료기관과는 달리, 대부분의 공항은 공항 운영시간이 존재하여 항공교통관제사에게는 야간근무 중 약간의 휴게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간의 사회적 시차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근무형태별 근무일과 휴일의 수면 시작 시각, 중간 수면 시각, 수면 종료 시각에 대한 시간대별 분포는 비율은 Fig. 1과 같다. 수면 시작 시각은 주간근무일에는 0:00∼0:59 사이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Fig. 1-A), 17시부터 22시까지 수면을 취하는 등 특이적 수면형태도 일부 확인되었다. 주간근무 이후의 수면 시작 시각은 1:00∼1:59 사이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2시∼4시, 9시∼15시 등 다양한 시간대에 분포하여(Fig. 1-B) 주간근무 후 야간근무를 앞두고 다양한 형태로 수면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근무일과 휴일의 수면 시작 시각은 0:00∼0:59 사이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10:00∼10:59 사이의 비율이 두 번째를 차지하여 0시와 10시를 중심으로 쌍봉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다(Fig. 1-C, D). 다시 말해, 야간근무 후 오전에 수면을 취하는 경우와 야간에 수면을 취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간-야간-비번 근무형태의 경우에는 야간근무 1회 후에 비번으로 전환되어 야간 시간에 수면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일부는 야간근무 중 공항 이용시간 종료 후에는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야간근무일의 수면형태는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 및 근무교대의 특수성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로 사료된다.
중간 수면 시각은 주간근무일에는 3:00∼3:59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Fig. 1-E), 주간근무 이후에는 5:00∼5:59 비율이 가장 높았고, 수면 시작 시각과 마찬가지로 0시부터 15시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분포되어 있었다(Fig. 1-F). 야간근무일과 휴일에도 3:00∼3:59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11:00∼11:59과 12:00∼ 12:59에도 높은 빈도를 보였고, 0시∼18시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흩어져 분포되어 있었다(Fig. 1-G, H). 수면 종료 시각은 주간근무일에는 주간근무 시작 전인 6:00∼6:59, 7:00∼=7:59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었으나(Fig. 1-I), 주간근무 이후에는 10:00∼10:59 비율이 다소 높았지만, 2시∼16시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흩어져 있었다(Fig. 1-J). 야간근무일 및 야간근무 이후 휴일에는 6:00∼6:59, 7:00∼7:59가 분포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24시간에 걸쳐 거의 모든 시간대에 분포되어 있었다(Fig. 1-K, L).
연구대상자의 주간졸림증 총점은 평균 7.92점(SD=3.979)이었다. 95명(71.4%)은 총점 10점 미만으로 정상이었지만, 38명(28.6%)은 10점 이상으로 주간졸림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항목별 점수는 ‘오후에 쉬려고 누워있을 때’가 1.92점(SD=0.910)으로 가장 높았고, ‘1시간 동안 정차 없이 운행 중인 차에 승객으로 앉아 있을 때’ 1.41점(SD=0.970), ‘음주를 곁들이지 않은 점심식사 후에 조용히 앉아 있을 때’ 1.28점(SD=0.891) 순으로 나타났다. 항공교통관제사는 앉아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항공교통관제사의 졸음은 위험한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점심식사 후나 오후 시간대에 조용히 앉아 있는 상황에서 졸음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항공교통관제사의 점심식사 후 오후 시간대에 졸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시차와 주간졸림증 차이는 Table 4와 같다.
첫째, 주간 및 야간근무의 사회적 시차와 주간졸림증과 관련하여 성별, 연령, 교육수준, 거주형태 등 일반적 특성과 근무부서, 근무교대 형태 등 근무 관련 특성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결혼상태에 따라 사회적 시차의 차이를 보였는데, 미혼인 경우에 기혼인 경우보다 야간근무의 근무일과 휴일 간의 사회적 시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t=2.366, p=0.21). 이는 미혼인의 경우 기혼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시차로 인한 생체리듬의 혼란은 비만(Arab et al., 2023),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신체적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Wong et al, 2005), 주의력 저하(McGowan, et al., 2020)로 인한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휴일에도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일반적 특성과 근무 관련 특성에 따른 주간졸림증에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근무교대 유형에 따라 항공교통관제사들의 주간졸림증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간졸림증의 차이는 근무교대 형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행연구에서 주간졸림증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과 같은 심리적 요인(Lee, 2019; Lee, 2023) 및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산소포화도 감소 등과 같은 신체적 요인(Park et al., 2021)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항공교통관제사의 주간졸림증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포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근무형태별 수면시간, 사회적 시차, 주간졸림증 점수 간의 상관계수는 Table 5와 같다. 야간근무 이후 휴일의 수면시간은 주간근무일(r=.204, p=.018), 주간근무 이후 수면시간(r=.180, p=.029) 및 야간근무일(r=.250, p=.004)의 수면시간과 모두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간근무 이후의 수면시간은 주간근무의 사회적 시차와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516, p<.004). 이는 주간근무 이후 야간근무 전의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사회적 시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본 연구대상자의 수면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사회적 시차를 줄이기 위해 항공교통관제사를 대상으로 주간근무 이후 야간근무 전에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Ⅳ. 결 론
항공교통관제사는 항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항공기의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무 특성상 교대근무가 불가피하며, 많은 항공교통관제사들이 수면 부족과 업무 중 과도한 졸림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시차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신체리듬이 깨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개인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항공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근무형태별 수면-각성 양상, 사회적 시차 및 주간졸림증을 파악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 결과,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형태별 근무일과 휴일의 수면시간은 평균 5.28시간∼6.66시간으로 다소 짧았고, 근무형태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근무형태별 사회적 시차는 주간근무 2.73시간, 야간근무 2.71시간으로 근무형태와 상관없이 높은 수준이었다. 수면 시작 시각, 중간 수면 시각, 수면 종료 시각은 주간근무일에는 비교적 일정하였으나, 야간근무일 및 야간근무 휴일에는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불규칙성이 확인되었다. 또한, 주간근무 이후 저녁의 수면 부족은 다음 주간근무의 사회적 시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대근무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면시간과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함으로써 사회적 시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재 방안을 개발하고, 적절한 교대근무 배치 및 휴일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항공교통관제사의 사회적 시차 감소 및 수면 부족 문제 해결이 인적요인에 기인한 항공 관련 사고에도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