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항공기 사고는 군용뿐만 아니라, 민간항공분야에서도 인적요인(human factors)과 관련된 사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적요인과 관련된 사고를 감소시키는 것은 항공분야에서의 지대한 관심 사항이다.
인적요인에서 핵심이 되는 분야가 바로 인적오류(human error)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불완전한 전제조건이 형성되면 불안전한 행동, 즉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인적오류는 인간 고유의 한계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과,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의 실패(Wiegmann et al., 2002)뿐만 아니라, 조직의 안전문화(safety culture)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안전문화라는 개념이 항공분야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안전분야에서 인적요인에 대한 인식은 최근 10년 사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안전문화에 대해서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조직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안전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전관리의 성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에서 국내 항공분야에서도 안전문화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안전문화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잠재적인 위험 정보들이 공유되는 정도와 관련된 공정문화(just culture)이다(Marx, 2001; Vogelsmier, 2010).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한국판 공정문화 척도를 개발(Lee, 2014)하여 2013년부터 항공안전단의 안전교육과정에서 비행대대를 대상으로 공정문화 수준을 측정하여 교육에 활용해 오고 있다. 공정문화 수준과 비행사고간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였다(Kim, 2015). 공정문화 수준과 비행사고의 상관관계를 보인 연구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3년 1월부터 15년 9월까지 비행사고 중 인적 요인에 의한 중 · 경 · 준사고는 모두 36건(중사고 1건, 경사고 3건, 주요 결함 32건)이었으며, 이중 비행사고 경험이 있는 11개 비행대대의 공정문화 수준(평균 3.77점)은 비행사고 경험이 없는 16개 비행대대의 공정문화 수준(평균 4.07점)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정문화 수준이 높을수록 사고발생 횟수가 적고, 낮을수록 사고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공군항공안전단의 안전교육과정에 입과한 비행대대를 대상으로 공정문화 수준을 측정하고, 대대 공정문화 향상을 위해 그 결과를 해당 대대에 피드백을 해 주고 있지만, 공정문화 수준에 영향을 주는 공정문화 하위 촉진요인과 억제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정문화의 하위 촉진 및 억제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공정문화의 수준에 영향을 주는 촉진요인과 억제요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공정문화수준은 각종 사고 및 인적 오류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문화수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면 비행사고 예방을 위해 그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문화수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는다면, 단위조직(가령 비행대대) 교육에서 공정문화 수준을 진단하고, 그 조직의 실정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공정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촉진요인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억제요인을 감소시킨다면 해당 조직에 맞춤식 공정문화 향상 방법을 강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Ⅱ. 이론적 고찰
안전(safety)의 정의는 다양하게 규정되고 있다. 백과사전에는 안전을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다(두산백과). 웹스터 사전에는 안전을 상해, 손상, 또는 위험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Safety Management Manual (SMM)에서는 안전을 ‘인명 또는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이 감소하거나, 기존에 유지되어왔던 수준보다 더 낮은 상태, 또는 지속적으로 위험요인의 식별 및 관리를 통해 허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안전을 ‘인명의 사상 또는 물자 파괴 등의 손실을 초래하거나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을 저해하는 위험에 직면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나, 현실적으로 위험이 없는 상태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조직이나 체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위험이 존재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ROKAF, 2017).
안전문화(safety culture)의 개념은 1986년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다. 1988년 국제원자력 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국제원자력안전자문그룹이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Summary Report on the Post-Accident Review Meeting on the Chernobyl Accident)에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원자력 시설의 안전에 대한 조직과 개인의 특성, 태도의 집합체로써 안전문화가 원자력분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대전제라는 견해를 제시하였다(Sato, 2006).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인적 요인과 안전문화가 안전수행의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잘못된 안전문화”가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이후로 안전문화에 대한 정의는 여러 전문가로부터 다양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면, Carrol(1998)은 안전문화를 조직 내 모든 하위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이행되는 근로자의 안전 및 공공안전에 스며있는 높은 가치로 정의했으며, Cox & Cox(1991)는 조직이나 개인이 작업환경에서 ‘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의 하나로써 “안전에 관하여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하였고, Cooper(2000)는 조직문화의 한 단면, 조직이 추구하는 건강 및 안전수행과 관련하여 구성원의 태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라고 정의하였다.
그 외에도 안전문화에 대해 여러 정의가 제안되었지만, Wiegmann과 그의 동료들은 안전문화에 대한 여러 정의들을 분석하여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Wiegmann et al., 2004). 첫째, 안전문화는 모든 집단구성원들이나 조직구성원들 간에 공유된 가치를 반영하며, 집단수준이나 그 이상에서 정의되는 개념이다. 둘째, 안전문화는 조직의 공식적인 안전문제들과 관련되어 있으며, 경영 및 관리시스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셋째, 안전문화는 최고경영자로부터 평사원에 이르는 모든 조직 구성원들의 기여와 영향을 반영한다. 넷째, 조직의 안전문화는 구성원들의 작업/임무 행동에 영향을 준다. 다섯째, 보상체계와 안전수행 간의 관계에 안전문화가 영향을 준다. 여섯째, 안전문화는 실수나 사고로부터 조직이 발전하고 배우려고 한다는 점을 반영한다. 일곱째, 안전문화는 상대적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변화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Wigmann(2004)은 안전문화 정의의 공통점을 토대로 하여 자기보고식 안전문화 척도 즉, CASS(Commercial Aviation Safety Survey)를 개발하여 조직의 안전문화 수준을 측정하는데 사용하였다. CASS에는 안전문화가 5개의 차원 즉, 조직의 책무(33문항), 관리자의 관여(13문항), 상벌체계(10문항), 구성원 주인의식(15문항), 보고제도(14문항)로 모두 8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의 책무에는 최고 관리자가 안전을 조직의 핵심가치 또는 관리원칙으로 삼고 있는지의 여부가 포함되어 있으며, 관리자의 관여에는 최고 관리자 및 중간 관리자가 조직 내에서 중요한 안전활동에 직접 관여하는 정도를 포함하고, 상벌체계에는 안전 행동과 불안전 행동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상 또는 벌을 일관성 있게 주는 정도를 포함하며, 직원들의 주인의식에는 오류를 차단하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현장 근무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안전증진을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을 포함하며, 마지막으로 보고제도에는 불안전 요인 및 에러를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3년 교통안전공단(2018년 1월부로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 명칭변경)에서 CASS를 번역한 한글판을 이용하여 민간 항공분야 조종사 및 정비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한편,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2014년도에 교통안전공단에서 번역한 한글판을 공군의 실정에 맞도록 수정한 수정판(포함 문항수는 53개)을 사용하여 안전문화 수준을 측정 및 분석을 시도하였다(Choi, 2014).
James Reason(1997)은 안전문화의 한 구성요인인 공정문화를 “사람들이 중요한 안전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장려하고, 심지어 보상하기도 하며, 용인되거나 용인되지 않는 행위의 구분을 명확히 아는 신뢰의 분위기”라고 정의하였다. 안전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공정문화형성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Reason의 정의에 따르면, 안전증진을 위해 정보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용인되거나 용인되지 않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안전증진을 목적으로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독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가 정의롭지 못한 행위는 용인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안전을 증진한다는 본질적 목적에 따른 비처벌 원칙에도 불구하고, 용인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풀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Sim, 2016).
유로컨트롤(EUROCONTROL)1) : European Organization for the Safety of Air Navigation)에서는 공정문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공정문화는 일선 근무자 또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경험과 훈련받은 바에 상응하여 행한 행동(action), 생략(omission) 또는 결정(decision)에 대하여 처벌받지 않는 문화이다. 그러나 중대한 과실(gross negligence)이나 고의적인 위반(wilful violation)과 파괴적 행위(destructive acts)는 허용되지 않는다.
유로컨트롤의 공정문화 개념에서는 보고의 중요성과 면책, 용인 가능한 범위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용인할 수 없는 범위는 중과실, 고의적 위반, 파괴적 행위로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제시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적 관점에서 사고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는 일선 근무자만 언급하고 있는 한계점이 있긴 하다.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2)는 안전문화 핸드북(Safety Culture Handbook)에서 공정문화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지만 Reason의 정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공정문화는 처벌과 보상의 필요성에 대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공정문화는 용인되는 행위와 용인되지 않는 행위의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피고용인들이 안전문제를 보고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도록 절차적인 수행 방법이 공정하여야 한다.”
“피고용인들이 처벌이나 책임을 우려하는 경우, 그들의 실수나 안전문제 또는 위험요인 등에 대한 정보를 조직에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피고용인이 느끼는 신뢰의 부재는 경영진이 안전증진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무비판 문화는 실현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독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칭찬하고 질책은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는 감독자와 작업자들로 하여금 철저한 조사 또는 그 문제해결에 관련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 없이도 전문가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한다”(NASA-HDBK-8709, 2015).
공정문화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신뢰가 조성된 분위기 속에서 안전관련 정보가 쉽게 보고되고 공유되어 각종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정문화는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 개인의 잘못된 행동 때문인지, 조직의 시스템상에서의 오류 때문인지를 밝히고(Reason, 1997), 시스템상에서의 오류라면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비난해서는 안되고(Marx, 2001), 개인의 책임과 시스템 수준에서의 책임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함(Petschonek, 2011)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조직에서 공정문화가 잘 형성되면 그 조직은 사고나 오류가 발생하였을 때, 개인을 비난하거나 처벌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어난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여 사고나 오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를 더욱 활발하게 한다.
공정문화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최초의 척도는 Wigmann 등이 2003년에 개발한 안전문화 척도를 기반으로 2005년 von Thanden이 만든 것이다(von Thanden, & Hoppes, 2005). von Thanden 등은 4개의 하위요인 즉, ‘보고체계’, ‘반응과 피드백’, ‘책임감’, ‘기본 안전’에 대하여 20문항으로 구성된 공정문화 척도를 개발하였다. 그러나 이 척도는 요인구조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고,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검증도 없이 제작된 문항들을 사용하여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Petschonek(2011)은 기존 척도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정문화의 개념을 다차원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공정문화 평가 척도(JCAT: Just Culture Assessment Tool)를 개발하고, 병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를 타당화하였다. 이 척도는 ‘균형’, ‘신뢰’, ‘커뮤니케이션 개방성’, ‘피드백 및 사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보고 절차의 질’,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6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Petschonek, 2011).
균형(balance)은 개인이 사고와 관련되거나 오류를 보고하였을 때 개인의 책임과 시스템의 책임 사이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지각하는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 신뢰(trust)는 조직, 상사, 동료들이 원칙에 따라 본인을 공정하게 평가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개방성(openness of communication)은 개인이 사고나 사고와 관련된 정보들을 공유하는데 있어서 소통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피드백 및 사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feedback and communication about events)은 조직이 사고에 관한 정보와 평가결과에 대해 얼마나 잘 공유해 주는지에 대한 지각과 관련되어 있다. 보고절차의 질은 접근성이나 편의성 등 보고시스템의 질과 관련되며, 개인이 사고나 오류에 대하여 보고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 보고시스템은 잘 모니터되고 유지되고 있는지 등 보고시스템에 대한 지각수준과 관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개선은 조직이 사고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지에 대한 개인의 지각과 관련되어 있다.
Petschonek가 개발한 공정문화 척도는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기는 했지만, 신뢰도 계수(Cronbach α)가 .63에서 .86 수준으로 다소 낮게 나타났고, 추가적인 타당도 검증을 실시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이경은(2014)은 개발된 공정문화 척도의 신뢰도 및 타당도 측면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문화에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하위요인을 도출하기 위해 Petschonek(2011)의 척도를 번안하여 공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적합한 요인 구조를 찾으려는 연구를 하였다.
Petschonek(2011)의 공정문화 평가 척도를 한국어로 번안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3개 문항을 제외한 24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24개 문항을 공군 조종사 236명을 대상으로 요인분석한 결과, 6개의 요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함을 밝혔다. 6개 요인은 각각, ‘조직신뢰’, ‘정보공유’, ‘합리적 보고체계’, ‘의견수용’, ‘조직균형’, ‘조직 통합성’으로 명명되었다.
조직신뢰는 조직과 조직 구성원에 대한 신뢰수준과 관련되며, 정보공유는 조직 내에서 사고나 오류에 관련된 정보들이 얼마나 잘 공유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합리적 보고체계는 조직 내의 사고나 오류를 실제로 보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의견수용은 조직 구성원들의 제안이 얼마나 잘 받아들여지느냐를 나타내는 것이며, 조직균형은 본인 또는 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이 연관된 사고나 오류의 보고와 관련된 것이며, 조직 통합성은 사고나 오류와 관련된 조직의 환경과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 의지와 관련되었다.
이경은(2014)이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도출한 6개 요인은 Petschonek(2011)이 개발한 기존의 공정문화 평가 척도의 6개 요인과 비교해 볼 때 대체로 비슷한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두 요인간의 문항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커뮤니게이션 개방성’ 요인은 ‘정보공유’와, ‘피드백 및 사고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요인은 ‘의견수용’과, ‘보고절차의 질’ 요인은 ‘합리적 보고체계’와, ‘신뢰’ 요인은 ‘조직신뢰’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기존의 ‘균형’ 요인에 포함된 문항들과 ‘신뢰’ 요인에 포함된 일부 문항이 같이 묶여져 ‘조직균형’으로 구성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지속적인 개선’ 요인에 포함된 문항들과 ‘보고절차의 질’ 요인의 일부 문항들이 같이 묶여져 ‘조직 통합성’ 요인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이경은(2014)은 한국판 공정문화 척도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련 변인인 안전문화, 의사소통 만족 및 안전 동기 척도와의 상관관계도 분석하였다. 공정문화와 안전문화간의 상관관계는 높음(.73)을 나타내었고, 공정문화와 의사소통 만족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비교적 높은 상관(.59)을 나타내었다. 마지막으로, 사고나 오류를 보고하는데 공정문화 형성이 중요함이 확인되었다. 공정문화는 실제 사고 및 오류 보고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공정문화 수준이 1점 올라갈 때 사고 및 오류를 보고할 확률은 약 4.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정문화 6개 요인 중 ‘조직신뢰’, ‘합리적 보고체계’, 그리고 ‘조직균형’ 요인이 사고 및 오류 보고 유무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은(2014)은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보된 한국판 공정문화 척도를 개발하였고, 공정문화와 관련 변인과의 상관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공정문화 수준이 사고 및 오류 보고 확률을 유의미하게 예측함을 밝혔다. 그러나 공정문화 수준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는 행해지지 않았다.
Ⅲ. 연 구
Petschonek(2011)가 개발한 공정문화 척도를 한국어로 번안하여 공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요인구조를 분석하고,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24개 문항(이경은, 2014)을 근간으로 하였다.
공정문화 척도 24개 문항 중 6개 요인에서 각 요인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상위 2개 문항씩 총 12개 문항을 공정문화 간편 척도로 사용하였다. 각 요인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고 판단되는 2개 문항만 선택한 이유는 설문의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도 있지만, 항공안전단에서 운영하는 비행대대 단위 안전교육 시에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문화 척도에 12개 문항만 사용하여도 공정문화 수준 측정의 결과에 큰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문화 간편 척도 12개 문항은 Table 1과 같다.
공정문화 6개 요인에 대해 각각 하위 촉진요인과 억제요인 설문문항을 개발하기 위해 Q 방법론(Q-methodology)을 적용하였다. Q 방법론은 객관적 과학을 지향하였던 실험 심리학적 연구에서 잘 파악할 수 없거나 무시하였던 인간의 주관적 영역에 대한 반응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려는 노력의 하나이다(Stephenson, 1953). 즉, 연구자가 탐색하고자 하는 특정 주제나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태도, 신념, 가치 등과 같은 주관적인 반응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Park et al., 2013).
먼저, 항공안전단의 안전교육과정에 입과한 조종사 95명을 대상으로 공정문화 척도 6개 요인에 대한 각각의 개념설명을 제시하고, 각 요인에 대해 촉진이 될 수 있는 요인과 억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하였다. Table 2는 공정문화 척도 6개 요인에 대해 제시한 개념 설명이다.
Table 3은 자유기술된 각 요인별 촉진 또는 억제에 영향을 주는 항목 중 중복이 되는 것을 통합하여 정리한 개수를 나타낸 것이다. 정리된 각 요인별 항목(총 345개)에 대해 공군 조종사 3명, 전문연구원(박사) 4명에게 촉진 또는 억제 항목이 될 수 있는 지를 평가하게 하였다. 평가방법은 공정문화 각 요인별 모든 문항에 대해 촉진 또는 억제항목이 될 수 있는지를 평가원에게 적합 또는 부적합으로 판단하여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7명의 평가원 중 4명 이상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각 항목의 내용을 종합하고, 평가원이 추가로 제안한 내용을 설문형식에 맞도록 수정하여 최종 113개의 설문 문항을 구성하였다.
공정문화 요인 | 촉진영향 항목 | 억제영향 항목 | 합 |
---|---|---|---|
조직신뢰 | 29 | 40 | 69 |
정보공유 | 29 | 24 | 53 |
합리적 보고체계 | 24 | 30 | 54 |
의견수용 | 16 | 25 | 41 |
조직균형 | 34 | 33 | 67 |
조직 통합성 | 31 | 30 | 61 |
총 계 | 163 | 182 | 345 |
먼저, 공군 조종사 80명을 대상으로 공정문화 간편 척도 12개 문항과 하위 촉진 및 억제요인 관련 113개 문항을 합한 총 125개 문항에 대해 예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은 리커트(Likert)형 5점 척도(1: 전혀 아니다, 5: 매우 그렇다)의 자기보고형 질문지로 측정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조종사들은 항공안전단의 안전교육에 입과한 조종사 80명이었다. 예비 설문을 실시한 이유는 공정문화 간편 척도 12개 문항과 하위 촉진 및 억제요인 관련 문항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본 설문은 공군 인트라넷 설문관리체계를 활용하여 4주간 실시되었고, 일부는 항공안전단 안전교육과정에 입과한 조종사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설문은 조종사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설문에 응답한 조종사는 총 160명이었으며, 이중 설문 도중 응답을 다 하지 못한 9명은 통계처리에서 제외하였다. 항공안전단 안전교육과정에 입과한 조종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는 모두 36명이었으며, 이들은 인트라넷 설문관리체계에서는 설문하지 않았다.
Ⅳ. 결 과
예비 설문에서 공정문화 간편 척도에 사용된 12개 문항(Table 1)이 과연 신뢰도를 확보하여 사용될 수 있는 지를 분석하였다. 12개 문항에 대한 전체 신뢰도 계수는 .92로 높게 나타났다. 각 문항에 대한 신뢰도 계수는 모두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정문화 간편 척도의 12개 문항은 공정문화를 측정하는데 신뢰가 보장된 것이므로 본 설문에 그대로 사용하였다.
예비 설문에서 공정문화 하위 촉진 및 억제 관련 문항에 대한 신뢰도를 6개 요인별로 분석하였다. Tabl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직 신뢰요인의 억제 관련 문항에 대한 신뢰도 계수(.776)를 제외하고는 모두 .80이상의 신뢰도 계수를 보여 적합한 문항이 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조종사는 공군 인트라넷 설문조사체계에 응답한 151명과 안전교육과정에 입과한 조종사 36명 등 총 187명이었다. 이 자료가 공정문화의 영향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공정문화의 영향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우선 각 6개 요인에 대하여 하위 촉진과 억제 항목을 범주화를 하였다(Table 5). 범주화에 대한 명칭은 본 연구자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붙여본 것이다. 범주화된 명칭이 촉진 또는 억제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문화 6개 요인의 각 요인에 대한 하위 촉진 및 억제요인 중에서 어떤 요인이 공정문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은 일반적으로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넘어서 인과적인 의미를 갖는다. Appendix 1은 공정문화 각 요인에 대한 하위 촉진 및 억제요인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직신뢰」를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지휘관에 대한 신뢰와 참여 및 결정 공감으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불공정한 업무처리로 나타났다. 즉, 지휘관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부대원을 합리적 근거로 납득시키고, 개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고 공감이 가도록 하면조직신뢰는 향상되고, 반면 업무처리가 공정하지 못하거나 사고나 오류가 발생하면 일관성 있게 처리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직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정보공유」를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다양한 정보공유와 문제해결책 지향으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상호비난, 권위적 리더십으로 나타났다(Fig. 2). 주요 정보를 전파할 때 온나라 메모, 이메일 등 다양하게 전파하고, 전체 브리핑이나 디브리핑 시 일목요연하고 쉽게 정보가 전파될수록 정보공유는 잘 이루어지며, 반면 사고나 오류 시 비난하거나 실수를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거나, 지휘부의 독단적 판단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거나, 지휘부에서 정보의 독점을 권력이나 특권으로 인식하게 되면 정보공유는 잘못되게 된다.
「합리적 보고체계」를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보고여건 조성과 처벌보다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는 것과 명확한 보고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비난에 대한 두려움, 보고시스템 기준과 시간문제 등으로 나타났다(Fig. 3). 즉, 사고나 오류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고, 보고방법이 다양하여 원활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신상필벌보다는 원인분석과 재발방지에 더 초점을 두거나, 처벌보다는 반성과 교훈을 찾는데 더 집중하고, 보고가 육하원칙에 맞게 정확하게 전달되고, 사실과 현상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될수록 합리적 보고체계는 잘 이루어지며, 반면 실수보고 시 지적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실수를 보고하면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비춰지는 듯하고, 보고 시스템이 일정한 기준이 없고 복잡하거나 보고하기에 충분하고 정해진 시간이 부재하면 합리적 보고체계를 잘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의견수용」을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열린 마음, 의견 창구 다양으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권위적 리더십, 권위적 분위기로 나타났다(Fig. 4).
즉, 지휘관이 개인 의견의 다양성을 수용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의견 제안자에 대해 격려하고 응원해 주거나 제안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수렴을 다양한 방법으로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의견수용은 잘 이루어지며, 반면 지휘관이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의견을 잘 듣지 않거나, 보다 상위 지휘관의 말만 존중하거나 상하간 권력거리가 높거나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이면 의견수용을 잘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조직균형」을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상호신뢰 및 친밀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질책풍토와 성과중시 및 부당업무로 나타났다(Fig 5). 즉, 대대원이 서로 신뢰를 하거나 대대원간 친밀감이 높을수록 조직균형이 잘 이루어지며, 반면 작은 실수와 오류에 대해서 과한 처벌을 하거나 공개적 비난을 하거나 업무의 과정보다도 성과를 더 중요시 여기거나 하위 계급자들에게 부당하게 주어지는 업무가 많으면 조직균형을 잘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조직 통합성」을 촉진시키는 주 요인은 안전 개선의지와 시스템적 원인탐색, 안전교육으로 나타났으며, 억제시키는 주 요인은 공감능력 부족과 무관심, 편파적 처벌과 처벌 일반화로 나타났다(Fig 6). 즉, 지휘관이 안전에 대한 개선의지가 강하고, 오류의 원인을 사람보다는 시스템에서 찾고, 안전저해요인 발견 및 보고 시 조치가 빨리 이루어지고, 이전 실수나 사고에 대해 주기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사고사례에 대한 자기화가 잘 이루어질수록 조직 통합성은 잘 형성되며, 반면 지휘관이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점을 찾아 건의해도 듣지 않거나, 계급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달라지거나, 보고 시 보고내용 이외의 것을 질타할 경우는 조직 통합성이 잘못되게 하는 요인이 된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공정문화의 수준에 영향을 주는 촉진 및 억제요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조직의 공정문화 수준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실시되었다. 공정문화는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안전문화의 하위 요인이며, 공정문화의 수준이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공정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선행 연구에서는 공정문화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 개발과, 공정문화와 의사소통 및 안전 동기와의 관계, 그리고 사고/오류 경험과 실제 보고 경험을 예측하는 정도를 밝히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공정문화 형성을 위해 공정문화 수준에 영향을 주는 공정문화 억제요인과 촉진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정문화의 억제요인과 촉진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경은(2014)이 공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공정문화 척도 24개 문항 중 각 요인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12개 문항을 공정문화 간편 척도로 사용하였다. 또한, Q방법론을 사용하여 공정문화 6요인에 촉진 또는 억제가 될 수 있는 항목들을 최종적으로 113개 추출하였다. 공정문화 간편 척도 12개 문항과 촉진 및 억제항목 113개 문항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도는 분석결과 검증이 되었다.
공정문화의 6개 요인에 대한 하위 촉진 또는 억제요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조직신뢰」요인에는 촉진요인 5개 중 지휘관 신뢰와 참여 및 결정 공감요인이, 억제요인 4개 중 불공정 업무처리가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고, 「정보공유」요인에는 촉진요인 4개 중 다양한 정보공유와 문제해결책 지향요인이, 억제요인 4개 중 상호비난과 권위적 리더십이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다. 「합리적 보고체계」요인에는 촉진요인 5개 중 보고여건 조성과 처벌보다 재발방지에 초점, 그리고 명확한 보고가, 억제요인 4개 중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보고시스템기준 및 시간문제가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고, 「의견수용」요인에는 촉진요인 4개 중 열린 마음과 의견 창구 다양성 요인이, 억제요인 4개 중 권위적 리더십과 권위적 분위기가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다. 「조직균형」요인에는 촉진요인 7개 중 상호신뢰 및 친밀요인이, 억제요인 4개 중 질책풍토와 성과중시 및 부당업무가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조직 통합성」요인에는 촉진요인 6개 중 안전 개선의지 및 시스템적 원인 탐색과 안전교육요인이, 억제요인 5개 중 공감능력 부족 및 무관심과 편파적 처벌과 처벌 일반화요인이 주 영향요인으로 식별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공정문화 각 요인에 대하여 영향을 주는 촉진 및 억제요인이 확인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문화 수준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공정문화의 수준을 촉진시키는 요인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를 시키는 방향으로 하고, 억제시키는 요인에 대해서는 그러한 요인을 제거시키는 방향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관리한다면 조직의 공정문화 수준은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