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2009년 미국에서 개최된 Space Weather Workshop 의 발표 내용에 의하면, 원자력 관련 종사자들에게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량이 1.87mSv, 방사선 의료 종사자들이 0.75 mSv인데 비해, 항공기 승무원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3.07 mSv로 나타났다. 이러한 승무원에 대한 높은 방사선 노출량이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두고 논란이 최근에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자력이나 의료 분야 종사자의 경우, 방사선을 직접 취급하거나 사고 등에 의해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문 및 정책으로 관리를 받고 있는 반면, 항공기 승무원은 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편인 반면 관련 연구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차이다. 그럼에도 국제방사선 방호위원회(ICRP)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방사선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승무원과 관련된 방사선 안전관리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9년에 생활주변방사선 건강영향조사 실시 근거를 규정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였으나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이를 통한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1].
A항공사가 처음 북극항공로를 운항한 것은 2006년 8월 17일이며, 당시 일부 내·외국인 기장들은 북극항공로 운항 시 우주방사선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990년 이후 항공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을 ‘직업적 피폭’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시작하였고[2],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측정을 시작하였다1). 우리나라에서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2012년 7월 26일부터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항공승무원의 피폭선량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A항공사는 2007년부터 운영되었다. 본 연구는 운영되었던 우주방사선 피폭 관리시스템의 자료에 기초한 북극항공로를 중심으로 한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의 분석과 함께 승무원 우주방사선 피폭에 관한 안전관리(저감조치) 방안을 제시하였다.
Ⅱ. 본 론
방사선 방호의 표준과 규제 방안을 제안하는 조직으로는 미국의 국립 방사선방호위원회(NCRP, The National Council on Radiation Protection and Measurements)가 있으며, 유사한 조직으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International Commission of Radiological Protection)가 있다. 이들 기관의 역할 중 하나가 방사능 노출 한계선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NCRP의 수용 가능한 방사선 노출 한계선량은 전 직종의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할 위험에 대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직업군이라 하면 그 위험 정도에 있어서 편차가 너무 크므로 NCRP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직업에서의 평균 사망률을 고려하여, 이들 직업군에서 부상이나 사고가 일어날 확률과 비슷한 정도로, 방사선 직업종사자(radiation worker or individuals working with radiation)가 부상이나 사망할 방사선의 등가선량(equivalent dose)를 결정하였다. 현재의 최대 수용가능한 방사선 노출량(MPD, maximum permissible dose)은 자연방사선을 포함하지 않는 즉, 노출량을 제어할 수 없는 기본적인 방사선 노출량을 제외하고, 방사선 방호가 가능한 노출량만을 규제하고 있다. 1993년에 공표된 NCRP 규정에 따르면, 방사선 직업 종사자(occupational radiation exposure)는 연간 50mSv를 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또한 방사선 직업 종사자의 근무기간 전체인 47년 동안(18세에서 65세까지) 총 방사선 노출 허용량은 나이에 10mSv를 곱한 값으로 되어 있다. 즉, 나이 40세의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총 방사선 누적량은 400 mSv, 50세는 500mSv를 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NCRP는 가능한 방사선 노출은 가능한 줄여야 한다는 의미의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을 조언하고 있다. 미국에서 방사선 작업종사자가 받는 평균 연간 방사선 노출량은 2 mSv로 허용치의 1/25 정도이다. 또한, 임신한 여승무원,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경우는 태아의 방사선 노출량이 매월 0.5 mSv를 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임신 사실을 보고한 직후부터 방사선 방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다.
우주방사선(cosmic radiation)이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미립자와 감마선 및 이들이 대기 분자와 충돌하여 2차적으로 발생하는 고에너지 미립자와 감마선의 총칭이다. 우주방사선은 대기권의 공기 입자들과 충돌하기 전의 우주선인 1차 우주선과, 1차 우주선이 대기권과 충돌 후 발생한 2차 입자로 구성된 2차 우주선에 의한 방사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우주선은 다시 태양계 밖에서 기인하는 은하 우주방사선(GCR, galactic cosmic radiation)과 태양의 흑점 활동에 기인하는 태양 우주방사선(SCR, solar cosmic radiation)으로 구분된다.
은하우주방사선(GCR)은 코로나 질량방출(coronal mass ejection),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 펄서 가속(pulsar acceleration), 은하 핵폭발 (galactic nuclei explosion) 등의 결과로서 생성되며, 95%의 양성자, 3.5%의 알파 입자, 나머지는 탄소와 철 같은 무거운 핵종(heavy ions)으로 구성된다. 은하 우주방사선은 생성 후, 고에너지(1020 eV) 입자로 가속되어 지구 대기권에 도달하게 된다[2]. 한편, 태양 우주방사선(SCR)은 태양의 흑점 활동에 기인하여 발생하며, 최대 에너지가 109 eV에 이른다. Fig. 1은 우주방사선의 고도별 분포이다.
우주방사선은 뮤온, 전자, 양성자, 광자, 중성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방사선은 뮤온이며, 비행기 고도에서는 중성자가 가장 많이 존재하고, 전자, 양성자, 광자의 비율은 비슷하며, 뮤온에 의한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한다. 지구 대기권에 도달한 1차 우주선은 대기를 구성하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과 반응하여 수백 MeV 이상의 에너지를 지닌 파이온 또는 뮤온, 전자, 양성자, 중성자, 광자를 포함하는 2차 입자를 생성한다. 2차 입자 중에서 중성자, 양성자, 파이온의 경우는 1차 우주선의 양성자(P)가 공기 입자들과 충돌하여 생성된다. 생성된 파이온은 다시 붕괴를 통하여 뮤온을 생성하며, 중성파이온은 감마선을 발생시킨다. 뮤온은 다시 붕괴를 통하여 전자나 중성미자들을 생성시킨다.
저선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로 과학자들은 사실상 100 mSv 이하의 방사선 노출에 의한 위험도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선량 방사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암이나 유전적 돌연변이 등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환경 요소들에 의해서도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수백만의 동물 또는 인간군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방사선 조사량의 차이만을 제어할 수 있어야 방사선 노출량의 피해에 대해서 실험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10mSv의 방사선 노출이 일으키는 피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5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어야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의 도출이 가능하며, 1mSv의 폐해의 경우 5억 명의 연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실험군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먼저 이론적인 모델로써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고선량 방사선에 대한 효과로부터 외삽하여 저선량일 때의 효과를 예상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항공기 승무원들에게 특정한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확률이 같은 나이, 비슷한 생활방식의 다른 일반인들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높게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2).
A항공은 2006년부터 북극항공로를 시작하여 미 동부 5개 노선(JFK, ATL, ORD, IAD, YYZ)을 운영 중이며, 2014년 이후 동부노선 및 북극항공로 이용횟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보스턴을 취항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북극항공로 이용률은 평균 65% 정도이다. CPWG/25에 의하면, 2017년 북극항공로를 이용하는 항공사는 19개 항공사이며, 18,672회를 운항하였다[3]. 한편, A항공사는 2007년부터 승무원 및 운항노선의 피폭선량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자체 DB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우주방사선 예측 프로그램 CARI-6를 사용하여 북극항공로에 대한 조사 분석을 하였고, 2008년부터는 성능을 보완한 CARI-6M 프로그램으로 모든 국제선 비행을 관리하고 있다.
항공승무원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은 매년 최고 및 평균 피폭선량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단거리 및 동남아노선 등 저위도, 저고도노선을 주로 운항하는 소형기종의 운항승무원은 비행시간에 비해 피폭선량이 매우 낮은 반면, 대형기는 고위도노선 및 장거리노선이 많기 때문에 피폭선량이 높게 나타났다.
일부 대형기 운항승무원은 연간 피폭 선량한도인 6mSv[4]에 근접하는 등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환경이 점차 증가되고 있다.
객실승무원의 평균 피폭선량이 운항승무원에 비해 높은 이유는 모든 항공기(기종)를 탑승할 수 있으며, 고위도/장거리 노선인 미주 및 유럽노선을 비행하는 횟수가 많고 평균 비행시간도 년 1,014시간(EX 비행시간 포함, 근무 외 비행시간)으로 운항승무원(연 평균 899시간)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5].
항공승무원 피폭선량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1mSv으로 분리하여 비교한 도표(Table 1, Fig. 2)이다. 운항승무원은 기종별로 비슷한 피폭선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피폭선량 분포도는 1mSv 이하 및 3∼4mSv 범위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양에 피폭되는 운항승무원은 고위도 장거리 비행이 많은 대형기 승무원에서 나타났다.
A 항공사가 취항하는 주요 5개 노선(뉴욕, 엘에이, 런던, 시드니, 방콕)에 대한 5년간(2014년∼2018년) 피폭선량을 분석하였다. 기준이 되는 뉴욕노선의 피폭선량(Table 2)을 보면, 태양활동 주기(Fig. 4)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최근 5년간 년 평균 피폭선량은 0.152∼0.174mSv사이로 노출되었다. 그러나 북태평양 노선을 이용하여 뉴욕으로 비행하는 노선의 평균 피폭선량(0.074∼0.087mSv)과 북극항공로 노선 또는 러시아 노선을 이용하여 인천으로 비행하는 노선의 평균 피폭선량(0.082∼0.86mSv)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고위도(북위 50도 이상)노선에서는 비행 고도가 높을수록 비행시간이 길수록 우주방사선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LAX 노선의 평균 피폭선량은 0.101∼0.107mSv 사이이며, 뉴욕 노선에 비해 낮은 위도 및 비행시간이 적기 때문에 적은 피폭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노선의 대표적인 런던 노선 피폭선량은 0.105∼0.129mSv이다. 런던 노선은 러시아를 경유하는 고위도 노선을 이용하는데 뉴욕 노선보다 피폭선량이 낮은 이유는 고도가 낮고 비행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대양주 노선의 대표적인 시드니 노선 피폭선량은 0.052∼0.056mSv이며, 피폭선량이 낮은 주요 원인은 저위도 노선 때문이며, 고도의 영향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노선의 대표적인 방콕노선 피폭선량은 0.023∼0.024mSv로 저위도 노선, 낮은 고도, 짧은 비행시간으로 매우 낮은 피폭선량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위도(북위 50도 이상) 노선에서 고고도(8,000M 이상)로 비행하는 경우, 고도가 높을수록, 비행시간이 길수록 우주방사선에 많이 노출되고[6], 피폭선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피폭선량의 저감조치 중 한가지로 노선 배정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HCP(heliocentric potentials)은 태양활동의 변화로 발생하는 은하우주방사선 수치를 조절할 수 있게 한 DB자료이며, 러시아 극지질 연구소의 Apatity Cosmic Ray Station의 Eduard Vashenyuk 박사가 제공한 지층 중성자 측정치를 기초로 한다. 매월 FAA 공식 홈페이지에서 값을 확인할 수 있으며[7], 태양활동 주기는 11년(Fig. 4)으로 보고 있다[8]. 태양에서 쏟아지는 태양풍은 지구로 들어오는 은하우주선을 막는 일종의 차폐 역할을 하는 데, 이에 따라 태양활동 극대기로 갈수록 은하우주선은 뚜렷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준다[6].
2014년은 태양 극대기에 있는 시기이므로 낮은 피폭선량을 보여준 반면, 2018년 태양 극소기 시기에 접어들면서 피폭선량도 점점 높게 나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Fig. 5는 주요 5개 노선 피폭선량과 태양활동 주기에 따른 HCP값의 비교이다.
뉴욕노선 피폭선량과 HCP값을 비교하면, 태양 활동의 극대기인 2014년에는 HCP값이 585(megavolts)로 높은 반면, 피폭선량은 0.152mSv로 낮게 피폭되었다. 이후 태양활동 극소기로 접어들면서 2018년에는 HCP값이 299(megavolts)로 낮아지는 반면, 피폭선량은 0.174mSv로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태양활동 주기에 따른 뉴욕 노선 피폭선량은 HCP와 반비례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엘에이노선, 런던노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주로 고위도 노선이다. 반면, 시드니 노선과 방콕노선에는 차이가 있는데, 피폭선량과 HCP값이 비례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들 저위도지역에서는 태양활동 주기와 피폭선량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정 날짜의 비행계획서를 이용하여 5개 노선(뉴욕, 엘에이, 런던, 시드니, 방콕)에 대한 고도변화에 따른 저감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CARI-6M으로 피폭선량을 계산한 결과, Fig. 6과 같이 나타났다. 고도 2,000ft 낮은 경우 원 고도에서 받는 피폭선량보다 평균 13.2% 저감효과가 있었으며, 4,000ft 낮은 경우 평균 25.6%의 저감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고위도지역에서의 저감효과는 각각 13∼15%, 26∼29%, 저위도지역에서는 각각 11∼12%, 22∼23%로 고위도 지역에서의 저감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Ⅲ. 결 론
A항공사는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관리를 위하여 2007년부터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이용하여 관리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3명의 전직 승무원이 우주방사선 피폭으로 의심되는 산재 신청을 하면서 우주방사선 피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2018년 11월 승무원 우주방사선 피폭 안전관리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고위도, 장거리 모든 운항노선에서 항공승무원은 우주방사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으며, 저 선량의 피폭도 위험도가 낮을 뿐이지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항공사나 정부는 저감조치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승무원의 피폭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극항공로 비행 횟수를 제한하여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을 낮추어야 한다.
둘째, 대형기종의 운항노선은 고위도와 저위도 노선을 균형적 배분으로 피폭선량을 낮추어야 한다.
셋째, 고위도 노선의 비행계획 시 경제적인 비행계획보다는 승무원의 피폭선량 저감을 위한 낮은 비행 고도를 계획하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항공승무원에 대한 빙사선 피폭에 대한 실증 연구라는 측면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
향후연구에서 본 연구를 기초로 노선별, 고도별 등 충분한 데이터를 통한 심층적인 분석을 시행한다면 항공승무원들의 안전운항과 우주방사선에 대한 보호대책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