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2021년 10월 27일 TWB106편 B737 항공기가 방콕공항에서 이륙을 위한 활주 도중 긴급정지 제한 속도를 초과한 상태에서 긴급정지를 시도(운항규정 위반)하여 과징금 4억 원 및 해당 기장에 대해 자격증명 효력 정지 30일 처분한 사례 등 운항규정 위반 사례가 다수 있다(국토교통부, 2021).
전통적인 안전관리는 안전사고가 일련의 사건이나 상황에서, 사고 유발자의 표준절차 미준수, 주의력 부족, 규정 위반 등에서 발생하므로 인적요인을 중점을 두고 부적절한 행동을 조사하고 처벌 여부를 판정하여 인간의 태만과 부주의를 엄하게 문책하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재발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안전사고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개입은 필수적이고 이를 막지 못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70~80%가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인식에 따라 안전사고 유발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안전관리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상황은 시스템에 잠재된 부정적인 조건이 상호 영향을 받아 발생하며, 이를 시스템에서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의 처벌에 중점을 둔 전통적 안전관리방식은 잘못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규제 당국을 상대로 이스타항공 A 부기장의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 판결은 행정규제 당국의 전통적인 처벌 위주의 안전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까지는 항공종사자나 항공운송사업자는 행정규제 당국의 처분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고 처분 기준을 낮추기 위한 노력만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운항규정 위반에 대한 최근 사법적인 판단기준을 비교 분석하고 국내외 운항규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공안전법」 제43조 제1항에 항공종사자가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자격증명이나 자격증명의 한정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자격증명의 효력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타 운송 관련 법에서 정하는 종사자에 비해 상당히 많은 위반하는 행위를 정하고 있으며 처분 기준도 높게 규정되어 있다. 행정규제 당국이나 사법부는 항공종사자의 위반 행위로 인하여 인적․물적 피해가 크다는 점과 엄격한 처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당사자 또는 사업자의 주위를 촉구하고 공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한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1. 2. 18. 선고 2020구합52740 판결).
그러나, 최근 이스타항공 A 부기장의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 승소판례를 통해 행정규제 당국은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고 사법적인 판단기준인 운항규정에 대해서도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제2장에서는 최근 이스타항공 A 부기장 자격정치 취소 소송에서의 운항규정에 대한 사법부 판단의 의미를 살펴보고 특히, 재량권 남용에 대한 행정규제 당국의 처분 위주의 안전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스템 안전관리로 전환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현행법상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운항규정에 관한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사법부에서 본 운항규정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였다. 제4장에서는 국내외 운항 증명과 운항규정의 범위와 의미를 비교 분석하였으며, 제5장 결론에서는 항공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제시하고 항공종사자의 사법적인 판단기준의 운항규정의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실효적인 법적 효과를 기대하고자 한다.
Ⅱ.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 효력 정지
처분취소 청구건
(서울고등법원 2023. 6. 15. 선고 2022누36430 판결)
이스타항공 904편(B737 기종) A 부기장은 2019년 8월 12일 제주공항에서 이륙하여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에서 김해공항 선회접근 절차 수행 중 김해공항 18R 활주로 착륙을 위한 선회접근 시 시각 참조물(유도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선회반경 기준인 2.3NM을 초과하여 2.7~2.8NM로 선회하는 등 인가받은 이스타항공 운항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항공안전법」 제97조 [별표 10] 제2호 (가)목 31)(1차 위반)에 따라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의 효력을 30일간 정지한다는 처분이다.1)
구 「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은 항공운송사업자가 운항규정을 피고(국토교통부)에게 인가받고 이를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중 운항규정 중 시각 참조물을 확인하도록 한 부분이나 선회접근 구역을 나타내는 거리를 정한 부분은 훈시적 성격의 규정에 불과하여 조종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으로 볼 수 없고 이를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운항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것 역시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97조 [별표 10]에 따르면 ‘위반 행위가 기장을 보조하는 운항승무원의 잘못으로 발생한 경우, 기장에 대한 처분 외에 그 운항승무원에 대해서도 처분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운항승무원에 대한 처분은 처분 기준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줄여 처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의 처분은 평등원칙,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하였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 처분 사유인 위반 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두5422 판결). 이 사건 처분은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에 비해 처분 상대방인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항공기 운항에 있어 선회 반경을 초과한 것이 항공안전에 심각한 위험 요인 여부와 국토교통부의 재량권 일탈․남용 부분에 집중하였다.
재판부는 이스타항공 904편 운항에서 A 부기장이 시각 참조물을 확인하지 못하고 선회 반경 2.3NM 기준을 이탈함으로써 운항규정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스타항공의 내부 조사보고서에서 전반적인 비행 과정을 분석해 볼 때 A 부기장과 기장이 운항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조작 미숙 및 소음감소 절차 미준수, CRM 미흡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판단을 하였지만, 이 사건 처분 외에 김해공항에서 선회접근 반경을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였다. 또한, 이 사건의 운항이 최저장애물 회피 고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비행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다른 항공사의 동일 및 유사 기종의 경우 선회 반경을 3.7NM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 해당 공항의 항공정보간행물 선회 반경도 3.7NM으로 규정되어 준수한 점에 비추어 항공안전에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구 「항공안전법」 제43조 제1항 본문 및 제30호는 항공종사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고 업무를 수행한 경우, 피고(국토교통부)는 자격증명의 효력을 1년 범위 내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종사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는 곧바로 항공종사자가 가진 자격증명의 효력을 정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위반한 운항규정의 내용, 위반 행위의 내용과 구체적 양태, 운항규정을 위반하게 된 경위, 동기 및 이유, 운항규정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위험성, 다른 사업자들의 운항규정의 내용, 국내외 운항표준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제재적 처분의 발동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처럼 적정한 재량권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잉금지원칙 등의 문제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공익 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다.
Ⅲ. 운항규정에 관한 이론적 배경 및 판결 분석
「항공안전법」 제93조 제1항에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을 시작하기 전까지 항공기의 운항에 관한 운항규정 및 정비에 관한 정비규정을 마련하여야 하며, 행정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른 운항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은 동법 시행규칙 제26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별표 36]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여 항공운송사업 또는 항공기사용사업을 하려는 자의 운항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 항목 수는 다음 Table 1과 같다. 다만,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운항 증명에 포함하여 운항 증명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항공운송사업자는 인가를 받은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신고하여야 하나 최소장비목록, 승무원 훈련프로그램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은 다음 Table 2와 같다.
하위 행정규칙인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기준」 1.1.1.4에서 운항규정이란 운항업무 관련 종사자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서 사용하는 절차, 지시, 지침을 포함하고 있는 운영자의 규정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항공안전법」 제90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력, 장비, 시설, 운항 관리지원 및 정비관리지원 등 안전 운항체계에 대하여 검사를 받은 후 운항증명을 받아야 하며, 운항하려는 항공로, 공항 및 항공기 정비 방법 등에 관하여 정하는 운항조건과 제한사항이 명시된 운영기준을 운항증명서와 함께 해당 항공운송사업자에게 발급한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257조(운항증명의 신청 등) 제1항 관련 [별표 32] 운항증명 신청 시에 [별표 36]에서 운항과 관련하여 교범은 다음 Table 3과 같이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단계의 운항증명 발급 절차를 통과하면 국토교통부는 운항증명서와 함께 항공사의 운항 조건과 제한사항이 명시된 운영기준(Operations Specifications)을 발급한다.
운영기준의 내용은 다음 Table 4와 같으며 「항공운송사업 운항 증명 업무지침」 제5조 제2항에 운항과 관련된 사항은 Part A, B, C에 명시되어 있다.
Part A | Part B | Part C | Part D | Part E | Part F | Part G | Part H |
---|---|---|---|---|---|---|---|
일반사항 | 항로인가, 제한사항 및 절차 |
공항사용허가 및 제한사항 -비행기 |
정비 | 중량배분 | 항공기 부품교환 | 항공기 임차운항에 관한 사항 |
공항사용허가 및 제한사항 - 회전익 항공기 |
항공운송사업자의 운항 증명(운항규정) 관련 국내 법규는 다음 Table 5와 같이 「항공안전법」,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국토교통부 고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의 인가 또는 신고에 관한 규정과 관련하여, 인가의 개념은 특정 법률관계가 있는 당사자의 행위에 대해 그 행위에 대한 효력을 보충함으로써 법률상의 효력을 완성하게 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법제처, 2020). 강학상 신고는 어떤 사실의 존재나 행위자의 의사(意思)를 알리는 경우나 어떤 법률 상태의 존재 여부를 알리는 데 사용된다. 본래 신고의 의미의 신고는 자기 완결적 행위로서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행정기관에 신고가 도달하기만 하면 그 효력이 발생하며, 이를 행정청이 수리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신고를 받은 행정기관은 신고사항에 해당되는지와 구비서류 등이 갖추어져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나 법령에 정하지 않은 사유를 심사하여 이를 이유로 접수를 거부할 수 없다. 만약 행정기관이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접수를 거부하더라도 신고로서 효력이 발생한다(법제처, 2020).
항공운송사업자의 운항증명(운항규정)에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청이 「항공안전법」 제91조 제1항에 따라 운항 증명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항공기 운항의 정치를 명할 수 있다. 또한, 같은 법 제92조 제1항에 따라 항공기 운항의 정지를 명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그 운항을 정지하면 항공기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항공기의 운항 정지 처분을 갈음하여 10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을 부과하는 위반 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 등에 따른 과징금액은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에 의거 [별표 3]에서 예시적으로 정하고 있다.
1961년 3월 7일 구 「항공법」제정 당시부터 운항규정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정기운송업자는 항공기의 운항에 관하여 운항규정을 정하고 교통부 장관에게 인가를 얻어야 하며, 변경할 때에도 같다고 규정한 것이 시초이다(구 「항공법」 법률 제591호, 1961.3.7. 제정).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 제138조 제1항에 따라 정기항공운송사업자, 부정기항공운송사업자 또는 항공기사용사업자에게 3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종사자에 대한 벌칙 규정은 없었다.
2001년 9월 12일 구 「항공법」에서는 정기항공운송사업자는 인력, 장비, 시설 및 운항 관리지원 등 안전 운항체계를 도입하면서 운항증명을 받은 후 운항을 개시하도록 규정하면서 정기항공운송사업자 및 항공종사자는 운영기준을 준수하도록 하였다(구 「항공법」 법률 제6513호, 2001.9.12. 일부개정).
2005년 11월 8일 구 「항공법」개정에서는 정기항공운송사업자, 운항 및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는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최초로 신설하였다.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정기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구 「항공법」 제129조 제1항 제3호. 2006.7.1. 시행). 이후 구 「항공법」 제33조 제1항 제31호 및 제115조의3 제1항 제40호에 의해 항공운송사업자 및 항공종사자도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의 처분 규정이 최초로 신설되었다(구 「항공법」 법률 제9780호, 2009.9.10. 시행).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을 시작하기 전까지 안전 운항체계에 대하여 검사를 받은 후 운항 증명을 받도록 하기 위한 운항증명 업무지침(2007. 8. 17. 제정)을 만들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구 「항공법」이 3법으로 분법된 2017년 3월 31일 이후 「항공안전법」 제93조에서 운항규정에 관해 규정하고 같은 조 제5항에서 항공운송사업자는 제1항 본문 또는 제2항 단서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와 항공기의 운항 또는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는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1항의 단서에서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운항증명에 포함하여 운항증명을 받은 경우, 예외 규정을 둠으로써 안전 운항체계를 운항증명 제도로 변경하였다.
운항증명 발급 절차는 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 업무지침 제4조에 신청단계, 예비 심사단계, 서류 검사단계, 현장 검사단계, 증명서 교부단계, 안전 감독단계 등 5단계 순으로 진행되며 관련 규정에 의거 항공운송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규정에 정한 기준에 적합해야 하며 공익상 최대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항공운송사업자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국토교통부, 2012).
즉, 「항공안전법」 제93조 제1항의 단서 조항으로 법 제90조 제1항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법 제93조 제1항의 본문은 현재 시행하지 않고 있는 규정이다.
각 항공운송사업자는 「항공안전법」제9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FOM(운항일반교범), MEL, POM(조종사일반교범), FCOM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행정 당국에 인가 또는 신고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항공기 제작사에서 운영상 필요해서 만든 매뉴얼도 포함한다.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 항공기의 운항 또는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는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 제43조 제1항 제30호에 의거 처분을 받는다.
「민법」 제105조에서 임의 규정이란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관련 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강행 규정이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관련 있는 규정을 의미한다. 즉, 국민 생활의 편의를 증진하고자 함에 그 목적을 있는 것은 강행 규정에 속한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0다54406, 판결).
이에 따라 각 항공운송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만든 운항일반교범(FOM)에 강행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하여야 한다”, “해야 한다” 등의 문구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 Table 6과 같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항공종사자는 운항에 있어 수백 개 이상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항목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행정규제 당국의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현행법상 타 운송수단에 비해 많은 처분 규정을 두고 있다. Table 7은 항공종사자와 유사 운송종사자의 처분 규정 항목 수를 비교한 것이다.
구 「항공법」 제115조의3 제1항 제40호는 항공운송사업자가 법 제116조 제3항을 위반하여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신고하거나 인가받은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하거나 정비한 경우, 항공기 운항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항공법」 제116조 제3항은 국내항공운송사업자 또는 국제항공운송사업자는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하거나 인가를 받은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항공기의 운항 및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에게 배포하여야 하며, 국내항공운송사업자, 국제항공운송사업자, 운항 및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는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항공기 운항 정지 처분의 대상이 되는 운항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하는 행위의 주체는 항공종사자가 아니라 항공운송사업자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항공운송사업자인 원고(B항공)가 C편의 후쿠오카공항 유도로 등화 파손과 관련하여 피고(국토교통부)가 2019. 10. 29. 원고에게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한 데 대한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따른 것이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운항증명을 받으면서 마련하여 인가받은 운항규정에 포함된 조종사 운항 교범(POM, Pilot Operating Manual)에는 항공기가 지상 활주를 하면서 항상 유도로 중심선을 유지하여야 하고 해당 C편 승무원은 인가받은 운항규정을 준수하여 항공기를 운항하여야 하는데(구 「항공안전법」 제91조 제1항 제43호), 항공운송사업자인 원고가 미리 신고한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한 경우로서 구 「항공안전법」 제92조 제1항, 제91조 제1항 제43호에서 정한 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 「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 후단을 위반하여 같은 조 제1항 본문 또는 제2항 단서에 따라 인가를 받거나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신고한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하거나 정비한 경우 위반 행위 주체를 항공운송사업자로 본 판결이다.
위에서 살펴본 두 개의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판결에서는 구 「항공법」 제115조의3(현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서 운항규정의 준수 행위 주체를 항공종사자가 아니라 항공운송사업자로 본 것이며, 두 번째 판결에서는 구 「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현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서 항공운송사업자가 만든 운항규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은 판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법 조문에서 행위 주체는 항공종사자가 아니라 항공운송사업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원고(기장)가 근무하는 B 회사의 운항규정은 출발 전 브리핑에 관하여, 지정된 장소에서 운항 준비 자료 및 승무원자격 등 14가지 사항에 대해 지휘 기장 주관으로 상호 확인하도록 규정하였으나(FOM 6.1.2.3.) 원고가 지휘 기장으로 브리핑 중 D 기장이 중간에 이탈한 잘못이 있더라도 출발 전 브리핑을 주관하는 원고에게 책임이 있다. 또한, B 회사의 운항규정은 조종실 내 규율에 관하여, 운항승무원은 상호 간 비방, 욕설, 협박, 위해 및 폭력행위 등으로 운항업무를 방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FOM 2.2.6.2.) 원고가 조종실에서 지휘 기장 임무 교대를 하면서 D 기장에게 큰 소리로 직접 브리핑을 요구하다가 D 기장이 종합통제센터와 위성통신을 시도하자 이를 1시간 40분 정도에 걸쳐 제지하였으므로, 원고가 관련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인정된다. D 기장이 F 부기장으로 하여금 브리핑을 하도록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지휘 기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D 기장의 통신 시도를 제지함으로써 운항업무가 방해되었고, 이는 운항 중인 항공기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에 관한 원고(기장)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는 구「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에서 규정한 조종사의 운항규정 위반에 대해 항공운송사업자의 주의를 촉구하여 다수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려는 이 사건 처분의 목적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심히 중대하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법치주의는 행정작용에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법률유보를 그 핵심적 내용의 하나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인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9헌바128 결정).
앞의 판결에서 보듯이 항공종사자가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을 위반하는 경우 「항공안전법」 제43조 제1항 제30호에 따라 행정제재 처분을 받게 되는데, 해당 조항은 단순히 ‘운항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운항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가 어떤 행위를 하면 행정제재 처분을 받게 되는지 법률에 최소한 근거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으며, 법률에서 구체적인 규율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시행령, 시행규칙에 위임하여 규율이 가능함에도 이에 대하여 일체의 위임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실상 대부분 항공종사자의 처분 근거가 되고 있다(안희복, 2020).
한편 2015년(발생일 기준)부터 2020년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총 62건에 대한 분석한 자료는 다음 Table 8과 같다. 처분 건수에는 중복되거나 미처분에 대한 자료도 포함하였다. 위반 행위 대부분은 운항규정(48건, 77%)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법 제93조 또는 제77조에 해당하며, 정비규정(11건, 18%)에 관한 위반 행위는 법 제93조에 의거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Ⅳ. 국내외 규정상 운항규정
항공운송사업의 운항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이란 항공운송사업을 위한 운항을 허가하는 증명으로서 운항증명을 취득하기 위하여는 조직, 인원, 운항 관리, 정비관리 및 종사자 훈련프로그램 등에 대해 검사를 받아 이에 합격하여야 하며, 항공사가 법․규정을 위반하거나 운항증명을 교부받을 때의 안전 운항체계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경우, 운항증명의 효력 등에 대하여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운항증명 교부 시에는 항공사가 준수하여야 할 제한기준이 설정된 운영기준(Operations Specifications)이 함께 발행하는 데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운항에 대한 제한사항 및 조건이 설정된 서류로서 운항 증명에 명시된 사업의 종류에 따라 내용이 설정된다(국토교통부, 2012).
이 운영기준을 바탕으로 각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을 시작하기 전까지 운항규정을 마련하고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운항증명에 포함하여 운항증명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현행 항공운송사업자의 운항규정은 운항증명을 받기 위한 절차에 포함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항공운송사업자는 「항공안전법」 제9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FOM(운항일반교범), MEL, POM(조종사일반교범), FCOM 등을 인가 또는 신고하며, 위와 같은 FOM, POM, MEL, FCOM 등은 항공운송사업자 및 항공기제작사, 운영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항공운송사업자 및 항공기 제작사, 운영사에 따라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다반사이며, 어떤 항공운송사업자의 FOM에 의하면 규정 위반이 아닌 사례가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의 FOM에 의하면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사례도 있어 규율이 통일적이지 못하다.
운항업무 관련 종사자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서 사용하는 절차, 지시, 지침을 포함하고 있는 운영자의 규정인 운항규정 중 각 항공사의 FOM의 비교는 다음 Table 9와 같다(한서대학교, 2021).
국제민간항공협약 제6조에는 해당 국가의 특별 허가 또는 기타 허가를 제외하고, 해당 허가 또는 허가 조건에 따르지 아니하고 체약국의 영토에 걸쳐 또는 그 영토 내에서 예정된 국제 항공 업무를 운영할 수 없다. 동 협약 제33조에는 항공기가 등록된 체약국이 발급하거나 유효하게 제공하는 감항성 증명서와 능력 증명서 및 면허증은 다른 체약국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동 협약 부속서 6은 체약국이 자국 내 항공사에 대하여 AOC를 승인하여 교부하도록 국제 표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 각 체약국은 최소한 ICAO 표준을 충족해야 하며 타 체약국이 발행한 AOC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ICAO, 2018).
운영기준은 항공기 형식, 운항 형태, 운항지역은 물론 특별 인가사항으로 위험물 운송(Dangerous Goods), 저시정 운항(Low Visibility Operations), 수직분리축소공역운항(RVSM), 회항시간 연장운항(EDTO), 성능기반항행요구공역운항(PBN), 감항성지속유지(Continuing Airworthiness) 등의 인가 여부를 포함하고 있다(이구희, 2015).
ICAO Annex 6에서 운영 매뉴얼은 운영자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절차, 지침 및 지침을 포함하는 설명서를 말하며, 운영기준(Operations specifications)은 항공사 인증서와 관련된 특정 승인, 조건 및 제한을 포함한 승인 및 운영 매뉴얼의 조건에 해당하는 승인으로 정의하고 있다(ICAO, 2018).
미국은 FAR §121.§133, §121.§135 을 통하여 운항규정의 기본적인 사항을 기술하였고, 세부 사항은 FSIM(Flight Safety Inspector Manual)에 수록되어 있다(강동열, 2022).
FSIMS Vol 4 Chapter 32, Section 1 규정에 운항규정을 Flight Manual과 General Manual처럼 크게 2가지로 구분하고, General Manual은 다시 GMM (General Maintenance Manual), GOM(General Operations Manual)으로 분류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FAA).
Basic Regulation인 Regulation (EC) No216/2008 8.b of Annex IV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규정을 준비해야 하고, 항공운송사업자의 모든 상업적인 행위는 운항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즉 EC 965/2012는 항공운항에 있어 필요한 기술적이고 행정적인 절차들을 기술한 법령으로, 항공운송사업자와 항공운항에 관련된 업무 담당자들은 본 문서에 기술된 기준들을 준수해야 하고, 각 항공운송사업자는 운항증명 요건, 훈련프로그램과 매뉴얼 관리 및 사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강동열, 2022).
EC 965/2012 ORO.AOC.100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는 항공운송사업 실시 이전에 항공 당국으로부터 운영기준이 포함된 AOC를 승인받아야 하고, 운영기준에 수록된 조건들에 위반되지 않도록 운항규정과 정비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FAA는 14 C.F.R § 1.1.에서 운항규정의 인가(Approved) 및 신고(Accept) 제도(FAA, Flight Standards Information System, Vol3, Ch1 Sec 1.)를 시행하고 있다. 인가는 항공 당국 또는 항공 당국이 권한을 부여한 사람에 의하여 특정 항목이 현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승인받는 것을 의미하며, 신고와 달리 해당 항목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나 법규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항목에 대한 현업 적용을 승인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신고는 기존에 존재하는 규정과 기준에 대하여 해당 항목이 적합한지를 항공 당국에서 검토하였으며, 현업에 적용되는 것에 대해서 항공 당국의 이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는 해당 항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또는 법규가 현재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가와 차이점이 있다(강동열, 2022).
Ⅴ. 결 론
항공종사자의 인적오류에 의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이제는 종래의 사법적 처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적인 안전관리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상황은 시스템에 잠재된 부정적인 조건이 상호 영향을 받아 발생하므로 이를 시스템에서 적절하게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스템적 체계가 갖춰지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으로 사법적 처분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사법부에서도 사고 유발자의 표준절차 미준수, 주의력 부족, 규정 위반 등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엄격한 사법적 결단보다는 재량권 내 항공종사자의 안전 재교육 및 훈련 등을 통해 항공기 사고 재발 방지 및 안전 증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논의해볼 시점이다.
최근 이스타항공 A 부기장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취소 판례는 과거의 처벌 위주의 안전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정당국의 인식에 변화를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 따라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운항규정인 운항일반교범(FOM)은 수백 개의 강행 규정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 제43조 제1항 제30호에 의거 그 자격증명이나 자격증명의 한정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자격증명의 효력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외의 운항규정은 항공운송사업자가 법에 명시되어 포함되어야 할 내용과 회사 정책 등을 자체적으로 수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비춰보더라도 막연하게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공종사자를 처분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정하여 처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항공종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법적 실효성을 재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항공종사자의 경우 국내 타 운송 관련 법에서 정하는 종사자에 비해 상당히 많은 규정 위반 행위를 정하고 있으며 처분 기준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 비록 항공종사자의 위반 행위로 인하여 인적․물적 피해가 크다는 점과 엄격한 처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공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법적인 판단이 우세한 현실이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처분이 행정 당국의 재량권 남용․일탈 수준을 과도하게 넘지 않는 기준에서 적용되어야 한다.